농업·농촌, 소외된 약자를 끌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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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2023.07.05 “순 솎기부터 손질·포장 작업까지 다같이 땀 흘려 일하는 것도 즐겁고 돈 벌어서 아버지 맛있는 거 사드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매일매일 농장에 나오고 싶어요.”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사회적 농업 ‘성과 공유회’. 경남 거제 다온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는 김영준씨는 버섯 재배과정과 유의사항을 능숙하게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장애인 직업훈련을 거쳐 다온영농조합법인의 농장 직원으로 채용됐다. 법인은 장애인에게 직업훈련 기회, 더 나아가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곳이다. 농산물을 생산해 주민자치센터에 기부하고, 판매금을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전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와 사단법인 한국사회적농업협회가 주관한 ‘2023 사회적 농업 포럼’이 6월30일∼7월1일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 전문가와 참여농가들은 사회적 농업을 주제로 토론을 나누고 성과를 공유했다. 사회적 농업에 앞장서는 27농가는 6월30일∼7월2일 벡스코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여해 사회적 농업을 알리고 농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상품을 홍보했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을 토대로 농민과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활동이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농업을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농업 실천’으로 설명한다.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민이 농촌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부족한 서비스를, 장애인·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돌봄·교육·일자리 등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해 농촌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취지다. 지원사업은 크게 ‘지역서비스공동체’와 ‘사회적 농장’ 두가지로 나뉜다. 2023년 기준 지역서비스공동체 30곳, 사회적 농장 92곳 등 모두 122곳이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정책을 총괄하고 농어촌공사가 홍보·판로·연구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프로그램 운영비, 시설 개선 비용 등을 한곳당 평균 6000만∼9000만원씩 지원한다. 김 연구위원은 농촌 주민의 일상생활을 ‘시스템 불능의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 1169개 면(面)이 있는데 평균 인구가 4000명 수준”이라며 “이런 지역에선 인구가 3000명 정도로 줄면 약국이, 2000명 정도 되면 식당이 사라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실제로 농경연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인구감소 농촌지역의 기초생활서비스 확충 방안'에 따르면 인구감소 면지역 가운데 병원이 없는 면은 2020년 기준 87.9%, 약국이 없는 면은 59.2%에 달한다. 지역서비스공동체 사업은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시스템 불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활동을 주관하는 ‘돌봄반장’을 필두로 농촌 주민, 경제·사회 서비스 제공 기관이 공동체를 구성해 활동한다. 인천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진강산마을협동조합’은 지역서비스공동체 사업에 참여해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방충망이나 가스 안전콕, 엘이디(LED) 전등 교체가 대표적이다. 또 마을 내 홀몸어르신들을 찾아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생활 실태조사도 펼친다. 올해부터는 ‘찾아가는 미용실’ 사업 등 생활 인프라의 공백도 메우고 있다. 충남 당진시 정미면과 대호지면에서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좋은 이웃’은 농촌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주민들을 직접 찾아 실태조사를 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발굴하는 식이다. 이정원 좋은 이웃 대표는 “가난해도 자녀와 함께 거주해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아 안부와 건강을 묻고 다른 기관과 연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농장 사업 참여자들은 농업 활동이 취약계층과 사회를 ‘연결’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경남 고성에 있는 ‘예쁜마을 사회적협동조합’에는 매일 14명의 정신장애인이 와서 농사를 짓는다. 이들은 스피아민트·국화 등을 재배하고 꽃차를 만든다. 인근 지역 농가에 방문해 감자 재배 등을 돕기도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혜영씨는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는 속상하지만, 잘 자랄 때는 힘이 난다”며 “일하고 번 돈으로 어머니께 한달에 20만원의 용돈도 드린다”고 말했다. 김명주 예쁜마을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며 가장 큰 장점은 지역사회와의 접점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당사자(장애인)들과 지역사회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걸 볼 때 가장 감사하다”고 했다. 다온영농조합에서 일하는 김영준씨는 사회적 농장 사업의 장점을 “열심히 일해 스스로 돈을 번 만큼 떳떳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강부경 다온영농조합 대표는 “농장을 찾는 참여자들이 땀을 흘리고 수확물을 얻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며 “영준씨처럼 농업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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